자서전 쓰는 법

- 나를 바꾸는 글쓰기 -

작성자 : 권희돈(1인 1책 추진위원장)

1. 자서전이란?

1) 전 인류 가운데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다.

2) 자서전은 ‘나’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직접 적은 기록이다.

3)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4) 자서전은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2. 자서전을 쓰면 어떤 도움이 될까?  

1) 자아 정체성(Self-Identity)을 확립한다.

2)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되살려 낸다.

3) 화를 가라앉히고 상처를 녹여낸다.

4) 미래를 준비하는 삶으로 전환시킨다.

3. 5가지 인생주기와 질문들

1) 유년기 1 - 7세 → 나의 출생과 어린 시절

(1) 가족계보에서 최대한 많은 이름을 기록한다.

(2)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3) 어디서 살았으며 누구와 살았는가?

(4) 어린시절 살았던 집을 그려보라.

(5)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라.

2) 청소년기 8 - 19세 → 질풍노도, 청운의 꿈

(1) 당시 어디에서 살았고 누구와 살았는가?

(2) 어느 학교를 다녔으며 학급수 학생수는 몇 명이었는가?

(3) 잊혀지지 않는 사건은 무엇인가? 첫사랑, 왕따, 거짓말, 서리

(4) 그 외 소년기의 추억을 떠올려 보라.

3) 청·장년기 20 - 30세 → 어른이 되어

(1) 성인이 되어 대학에서 첫 시작을 했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가?

(2) 당신의 첫 직업은 무엇이며,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는가?“

(3)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 때는 언제인가?

(4) 결혼 초기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5) 지금의 배우자에 대해 솔직하게 써 보아라.

4) 중·장년기 31 - 59세 → 부모가 되어

(1) 언제 첫 아이가 태어났는가? 그때 당신의 나이는?

(2)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어떤 것을 느꼈고 어떤 꿈을 꾸었는가?

(3) 배우자가 부모로써 어떤 모습이었는지 말해보라.

(4) 양육에 대해 배운 적인 있는가?

(5) 인생의 변곡점(전환점)이 찾아오지는 않았는가?

5) 노년기 60세 이후 →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1) 손자손녀의 이름과 나이, 출생년도를 적어보라, 그들은 어디에서 사는가?

(2) 손자손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어떠하였는가?

(3) 노년을 보내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은 무엇인가?

(4) 자신의 모습은 어릴 적 꿈과 어떻게 다른가?

(5) 인생의 동반자로서 만족스런 사람은 누구인가? 왜 그런가?

※ 인생에 관한 질문은 린다 스펜스의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을 참고할 것. 이 책에는 481개의 인생에 관한 질문이 기록되어 있음.

4. 글감 찾기

1) 글감 찾기1 - 공간의 기억

(1) 각 생애별 글감 3-4개 정도 찾아 적는다.

(2) 위의 예처럼 질문을 던져보면 글감 찾기가 쉬워진다.

(3) 글감을 점차 늘려 간다.

(4) 자신의 고향집을 그려보고 기억을 살려본다.

(5) 자신의 고향마을을 그려보고 기억을 되살린다.

(6) 유년시절 이후의 글감도 공간의 기억으로 되살리면 도움이 된다.

2) 글감 찾기2 - 자서전 여행

(1) 직접 고향에 가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2) 직접 그곳(직장이나 여행지)에 가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3) 글감 찾기3 - 사건의 기억

(1) 인생 전체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

(2) 인생 주기별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

(3) 특별한 경험을 한 시기의 사건들

4) 글감 찾기4 - 몸과 마음의 기억

(1) 몸의 상처에 관련된 사건들

(2) 감각(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연상되는 사건들

(3) 마음의 상처(트라우마)에 관련된 사건

※ 폴립아웃법칙(정신적 위기감의 법칙)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때 당신이 마치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 같은 정신적 위기감(즐 돌아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면, 그 때는 그것에 대해 글을 쓰지 마라. 오로지 당신이 현재 감담할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들에 대해서만 써라. 당신이 현재 도저히 다를 수 없는 특별한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에 대한 글의 주제들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다루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는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감당할 수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라.

5) 글감 찾기5 - 기타

(1) 물건으로 연상되는 사건들

(2) 앨범 꺼내보기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3) 일기는 자서전 쓰기의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 일기쓰기로 트라우마 치료를 하고자 할 경우 다음 책을 참고할 것.

Kathleen Adams 저 강은주 이봉희 공역 : 『저널치료』, 학지사

5. 자서전 만드는 방법

1) 연대기 기술법 - 최초의 기억부터 시간적 순서대로 사건을 기술하는 방법

2) 문학적 기술법 - 시, 소설, 수필의 형식을 빌어 진정성 있게 기술하는 방법

3) 변곡점 중심의 기술법 - 각 생애 주기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방법

4) 주제/소재 중심의 기술법 - 특정한 주제나 소재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방법

5) 일기쓰기의 기술법 - 특정한 날로 돌아가서 그날의 일기를 쓰는 기술 방법

6) 구술하기의 기술법 -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하여 기술하는 방법

7) 사진집으로 만드는 기술법 - 어느 인물의 일정기간을 사진으로 담아서 기술하는 방법

8) 일정 기간 자르는 기술법 - 특정한 사건이 지속된 시간만을 잘라 기술하는 방법

6. 목차 만들기

글감을 찾고 자서전 만드는 방법이 결정되면 일단 연대기별로 목차를 만든다.

7. 글쓰기의 유의점

1) 글 쓰는 동안 글쓰기에 몰입하라.

2)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느낌을 써라.

3) 말하고 싶은 것을 쓰되 꾸밈없이 써라.

4) 포장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써라.

5) 가족 이야기라 할지라도 반드시 물어보고 써라.

6) 이름을 바꾸든가 000으로 처리할 것을 고려하라.

7) 갈등이나 실패담은 좋은 글감이 된다.

8) 심리적 외상(트라우마)가 심할 경우 글쓰기 치료부터 하라.

※ James W. Pennebaker 저 이봉희 역 : 『글쓰기 치료』, 학지사

(위의 책으로 글쓰기 치료를 할 경우 먼저 표현적 글쓰기부터 할 것.)

8. 글쓰기의 4가지 원칙

1)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쓴다 - 매일 쓰는 것은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자전적 기억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

2) 하루 15분이면 충분하다 - 15분이 지나면 펜을 놓고 노트를 덮는다. 매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질문을 만든다 -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장소는 어디인가? 자신의 별명이 만들어진 동기나 얽힌 일화는 무엇인가? 자신 인생의 변곡점은 무엇인가?

4) 열심히 메모한다 - 어서든 메모할 준비를 하라. 천재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잘 붙잡는 사람이다.

9. 첫 문장 쓰기

1) 첫 문장 쓰기의 두려움을 없애라 - 일단 시작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너무 잘 쓰려는 각오는 벗어버리고 일단 시작하라. 시작이 반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2) 눈높이를 낮춰라 - 초등학생, 친구의 눈높이, 자신이 위대한 작가가 아닌 일반임을 알라.

10. 하나의 글감으로 토막글 만들기 예문

1) 글감 - 건넌방의 추억

2) 키워드 - 뺑소니, 아버지, 선생님, 가정방문

3) 키워드를 확장시킨 토막글

11. 퇴고하기(고쳐쓰기) 

퇴고를 통해 글은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에서 글의 완성도가판가름난다. 퇴고야말로 진정한 글쓰기의 시작이다.

1) 다 쓴 원고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걸리는 부분이 나온다.

2) 타인이 읽어주면 걸리는 부분이 더 잘 들린다.

3) 퇴고 단계. 글 수준 → 문단수준 → 문장수준 → 단어수준

4) 문장 압축하기, 문장 자르기, 모호한 부분 없애기,

5) 첨삭添削, 조탁彫琢


12. 토막글의 예

(가정방문)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선생님이 가정방문 오셨다. 아버지와 선생님이 건넌방에서 술을 드셨다. 아버님이 갑자기 선생님을 나무라신다. 사친회비를 못 냈다고 아이를 학교에서 쫓아 보내는 게 어디 될 일이냐고 따졌다. 사실은 내가 뺑소니를 치고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속에 넣어두었다가 선생님을 만나 술김에 풀어내고 계셨다. 밖에서 엿듣던 나는 자책감에 빠졌다. 선생님은 죄송하다는 말씀만 계속 하셨다. 선생님이 가실 때 동구 밖까지 따라나섰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13. 토막글을 확장시켜 완성한 글

(건넌방의 추억)

내가 살던 고향집은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내 마음 속의 고향집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집안 곳곳에 서려 있는 추억들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새록새록 튀어나온다. 그 중 추억이 가장 빈번하게 떠오르는 공간은 건넌방이다. 그곳은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인 동시에 교육의 공간이기도 하였다. 내가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그곳에서의 추억은 바로 어제의 일인 듯 눈에 선하다.

담장 밖 오동 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초여름이었다. 건넌방에는 가정방문 오신 선생님과 아버지가 조촐한 술상을 가운데 놓고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건넌방 앞 높은 마루 밑 부뚜막에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두 분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로 인사치례로 몇 마디 대화가 오가는가 싶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아이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렇지 아이를 돌려보내다니요?”

“…….”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선생님은 순간 할 말을 잃으셨던 듯싶다.

“애가 일찍 돌아왔길래 물어보았더니, 사친회비 안 냈다고 선생님이 돌려보내서 왔다고 합디다.”

“아, 예, 어르신, 그건 …… 예, 죄송합니다.”

건넌방은 마치 마지막 판결을 내리는 법정 같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가는데, 선생님은 내내 저두평신(低頭平身)의 자세로,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였다.

사실은 학교 가는 중에 뺑소니 치고서 아버지께 거짓말을 하였는데, 아버지는 속에 담아두었다가 술의 힘을 빌어서 용기를 냈던 것이다. 건넌방에 뛰어 들어가 이실직고(以實直告)하고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가마솥에 숨고 싶었다.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마구 내어 달리고도 싶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두 무릎 사이에 얼굴만 파묻고 있었다. 건넌방의 대화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시간이 꽤 지났을 것이다. 두 분이 바깥마당으로 난 뜰팡에 나오셔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황혼녘 땅거미에 묻혀 10리 길을 걸어가야 한다. 발자국 소리를 죽여 가며 선생님의 뒤를 따랐다. 아이의 숨소리가 컸나 보다. 동구 밖에 이르자 선생님이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리고는 두루봉 산과 저수지 사이에 옛날넥타이처럼 널부러진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보리밭 모서리 살구나무 근처에는 사시사철 도깨비며, 귀신이며, 진달래꽃으로 유혹하여 사람의 간을 빼 먹는다는 문둥이가 무더기로 살고 있었다. 아이는 선생님이 살구나무 밑을 무사히 빠져나가기를 빌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바라만 보았다.

건넌방 사건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녹아내린다.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아들의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늘 한 쪽이 무너지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나는 왜 아버지의 쓸쓸한 마음을 이제야 헤아려 보는 것일까? 선생님은 왜 당신 아들이 거짓말 했다고 당당히 밝히지 않으셨을까? 그리고 다음 해 졸업 때까지 한 번도 꾸짖지 않으셨을까? 선생님의 바닷속처럼 깊은 마음을 나는 왜 이제야 가늠해 보는 것일까?

아버지도 선생님도 양처럼 순하고 약한 분들이셨다. 오늘의 잣대로 보면 허점투성이의 어른들이다. 두 분의 모습이 환상으로 떠오르기만 해도 뭔가 뭉클한 것이 내 안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른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건 분명히 서러운 사건인데 가슴은 충만하고 심지어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한동안은 손에 닿지 않는 별처럼 멀리 계시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줄 알았다. 시간이 멀리 지나가서, 아니면 기억할 수 있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어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건넌방의 사건이 왜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오는지를 깨닫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요즘 들어 지난 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제는 깜깜한데, 오래된 과거는 오히려 화안하다. 그리하여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어찌하여 가난했던 고향의 어린 시절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풍성하게 살아온 도회의 기억은 푸석거리기만 하는 것일까? 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물음은 장차 나에게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아버지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가만히 눈을 감고 한 번 더 생각해 본다.(권희돈)

<참고문헌>

1. 강진, 백승권 지음, 손바닥자서전 특강, 한겨레출판

2. 장석주, 나를 살리는 글쓰기, 중앙books

3. 김김영, 첫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청림출판

4. 민경호, 자서전 쓰기 강사가 쓴 자서전, 세계로미디어

5. James W. Pennebaker 저 이봉희 역, 글쓰기 치료, 학지사 

6. 린다 스펜스. 황지현 역,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고즈윈

7. Kathleen Adams 저 강은주 이봉희 공역, 저널치료, 학지사